10월 23일의 일기

몇 달씩 일기를 쓰지 않았다. 가끔은 내가 그렇게 별로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디폴트인 비관으로 돌아왔다. 실수를 하고, 성공해봐야 본전일 우연에 베팅하고, 대체로 실패한다. 자각이 있을 때, 혹은 대강 성인이 되고 나서 쭉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이제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비관적인 얘기는 뭔가 일기로 적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것 같다.

어린 시절 목줄에 묶인 코끼리는, 다 커서 목줄을 풀 힘이 있어도 그 목줄을 끊어낼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상당히 자주!) 있다. 본인의 잠재력이 코끼리만 하다고 생각할 자신감이 강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대체로 멍멍이이며, (어쩌면 멍멍이만도 못하고), 낑낑 댈 수록 내 목만 아파 올 것 같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어쩌면 불가능한(혹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코끼리가 아니라 멍멍이로 사는 법엔 내가 관심이 없었던 걸까, 누군가 내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던 걸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성장기는 10대에만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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