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데이팅 느낀점 2

일본에서의 데이팅 느낀점 2

https://arca.live/b/japanrecruit/169440339?mode=best&p=1 이전 글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번 글은 조금 더 주관적인 경험담에 가깝습니다. 객관적으로 적으려고 애쓰다 보니까, 주장하는 근거가 납득이 안 가는 글이 되버려서…

대부분 매칭어플을 통해 만난 경험이라 일반화하긴 어렵고, 저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이 참고할 만한 기록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아마 그건 서로가 다른 경험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어느 정도의 관리.

사진은 자랑 목적이라기보다, 제가 이전 글에서 적었던 2-3개월 정도의 투자만으로도, 큰 변화를 낼 수 있다는 걸 설명하려고 첨부합니다. 제 경험상, “외모를 안 본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清潔感”이라고 돌려 말하는데, 청결한 정도랑은 그닥 관계가 없고, 전반적인 외적 끌림을 청결감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잘생겼다고 보이는 외모는 절대 아니어도, 소수의 매칭되는 사람에게는 자기 취향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 수준까지 만들 수 있으면 최선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랑 매칭이 되거나, 제게 호감을 보였던 사람은 韓国風塩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이런 사람들의 풀이 어느 정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연락 및 약속 제안

일본에서 연애 이전 단계의 핵심은, 상대의 감정선과 템포를 파악하고, 그 선에 정확히 맞추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남자가 연락하고 약속을 잡으며 리드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연락 초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결국 (매칭어플에서는) 여자입니다.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은 관계를 밀어붙이거나 빨리 확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보다 앞서지 않는 선에서 편안함, 재미, 약한 설렘을 만들고 흐름을 설계하는게 중요합니다.

다만 상대의 템포를 맞춘다는 것이, 무조건 상대에게 맞춰주거나 매달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만나보다 보면, 내가 상대에게 선택받는 입장일 뿐 아니라 나도 상대를 평가하는 입장이라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상대방한테 확실한 근거나 구실 없이 만남을 먼저 제안하면 “스케쥴 확인해볼게”라고 하고 연락이 끊기는 경험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매칭어플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오는데, 연락을 하다 보면 상대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느낌을 보내고, 이를 적당히 察する하는게 중요합니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음에도 저런 신호를 못 받는다면, 상대에게 있어서 나는 그 사람의 일이던, 사생활이던, 혹은 연락하던 다른 남자건, 우선순위가 낮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대가 나를 보고 싶다는 신호가 있다면 - 카페 가자, 밥먹자, 산책하자 뭐 이런 제안으로 충분합니다.

상대가 나를 보고 싶다는 신호가 없거나 약한데, 내가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는 경우 - 대화 속에서 나왔던, 혹은 그 시기에 맞는 계절감 있는 이벤트를 제안합니다. 일본에서 이런 이벤트, 혹은 구실은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좋은 것 같습니다. 이랬음에도 까이면 포기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쓸 수 있었던 구실로는… 어디서든 하는 花見 (어플 하는 사람들은 바쁜 경우가 많아서, 못 간 경우가 생각보다 많음.), 기간별로 하는 전시(이를테면 얼마 전부터 하던 산리오 전 https://sanriocharactermuseum.com/), 자잘한 동네 축제(https://www.furusatotokyofes.com/)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는 외향적이고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도 하나 나오는데, 이런 정보를 어디선가 주워들어서 알고 있어야 하고, 이런 놀러 나가는 일을 혼자서나 친구랑 자주 안 나가보면, 모르는 사이의 여자랑 저런 장소에 가서 리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락 방식, 생활 리듬, 만났을 때의 태도, 나를 대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맞지 않으면 외모가 마음에 들어도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초반에 너무 끌려서 이런 부분을 무시하면 결국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좋은 흐름은 한쪽이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템포가 크게 무리 없이 맞을 때 생긴다고 느꼈습니다.

연락 빈도에 따른 어플 내의 이성 유형

빈도와 상관 없이, 15-20차례 메세지, 2회 정도의 전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예를 들어서, 저빈도(하루 1-2회 내외)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 2주 정도 연락을 하고 만남을 제안하는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음 두 조건이 성립하면 만남을 제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5-20차례의 메세지와 한 두차례의 전화는 그냥 경험적으로 그 정도 연락을 하면 이 정도 대화는 나누지 않나 싶어서입니다.

  1. 인터넷으로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불안 제거 및 최소한의 친밀성 확보
  2. 연락 도중 자연스럽게 약속을 제안할 만한 명분이 생김
    • 이 명분은 사소한 거여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위에 말했던 집 근처에 동네 축제를 하는데…라고 하면 상대 이성이 나도 가보고 싶다고 한다던가, 아니면 둘 다 좋아하는 음식이 牛タン이라던가… (혼자 가는 건 좀 어색하니까 누구랑 같이 간다는 정도 밑밥은 당연히 깔아야 함)
  3. 저빈도(하루 1-2회 내외) 메세지 주고받으면서, 2주 이상 연락 이후 만남 약속이 정해짐

일이 바쁜 경우 자주 있는 패턴인 거 같습니다. 이런 유형은 연락 템포가 느려서 중간에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이 덜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저도 연락을 꽤 중요시하는 편이라 제가 적극적으로 친해지려 시도한 적은 없습니다.

  1. 중빈도(업무시간 이외 짬짬히 라인, 간간히 전화) 주고받음.

가장 흔하고, 연락하기도 가장 편한 타입이지만, 이런 유형이 가장 인기가 많고, 연락하는 이성도 많기 때문에, 만남 직전 ドタキャン이 가장 흔했던 것 같습니다.

  1. 고빈도

사귀기 전부터 연락 빈도에 강한 집착을 보이거나, 답장이 조금 늦는 것에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조심하는 편이 좋았습니다. 초반부터 생활 리듬을 무너뜨리는 관계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원하는 상대와 실제로 매칭되는 상대의 차이

매칭어플은 잔인하지만 어느 정도 시장 원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인데, (일단, 나이, 외모, 능력, 모든 종합점수를 여기선 “매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매칭어플은 나랑 매력 점수가 비슷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매칭이 되기 때문에, 엄청 주관적이면서도 엄청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외모, 나이, 직업, 성격, 결혼 의향 같은 요소가 합쳐져서, 결국 서로가 납득 가능한 범위의 사람끼리 매칭되고 만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가 가진 매력 점수가 10점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은 외모+나이 9점 직업 1점인 사람과 매칭이 되던가, 외모+나이 5점 직업 5점 이런 사람과 매칭이 된다고 하던가, 이런 식으로.

저는 상대방의 외모, 나이, 직업 정도를 기준으로 두었습니다.

나이는, 제가 결혼상대로 원하는 25-33살 정도가 좋지만, 그 이외의 사람도 다른 장점이 있다면 연락을 해 봄. 저는 상대방의 외적인 부분에서도, 그리고 삶의 궤적에서도 둘 다 매력을 느끼기에… 상대가 흥미로운 일을 하거나 좋은 직업을 가졌거나 해봐도 좋다고 느꼈습니다. 귀엽고 예쁜 건 당연히 중요했고요. 그치만 물론 모든게 완벽한 사람은 나와 매칭이 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딘가는 조금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내 자신이 그렇듯이요. 그 지점에서 현재 만족한다면, 매칭어플을 하면 되겠고, 내 매력점수와 등가교환되는 이성이 도무지 내 눈에 차지 않는다면, 자신의 매력을 향상시키는게 우선이 되겠죠.

이 부분은 팁이라기보단, 자신의 매력 점수를 어떤 식으로 분배해서, 내가 어떤 사람과 매칭이 될 수 있는지, 그 매칭에 나는 만족하는지 생각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의미에서 적었습니다.

  • 무난한 정도의 외모의 중견기업, 大手企業 등에 재직 중인 사람
  • 외모가 상당히 제 취향이지만, 직업이 불안정하거나,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나이 밖인 사람
  • 외적 매력은 있지만, 어리고 아직 생활 기반이나 결혼 의향이 불확실한 사람

저는 이런 사람들과 주로 매칭됐고, 이 범위 안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외모나 프로필을 더 끌어올리는 것보다, 일이나 제 생활에 더 집중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길게 적어놓고도, 사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칭어플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조건으로 보게 됩니다. 조건 같은 걸 계속 따지게 되고, 나도 상대에게 그런 식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감각이 강해집니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현실적인 판단은 빨라집니다. 안 될 사람에게 오래 매달리지 않게 되고,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도 어느 정도 보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방식은 만남의 낭만을 꽤 깨버립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이 설레는 일이라기보다, 서로의 조건과 온도를 재고, 가능성을 계산하고, 빠질 타이밍을 판단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많이 만나고, 더 효율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은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필요했지만, 사람을 계속 분석하고 점수 매기듯이 만나는 건 오래 할 일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이 글은 팁이라기보다 시행착오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참고가 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오래 이런 방식에 머무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애는 현실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저는 낭만 없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