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데이팅 느낀점: 비명시적 커뮤니케이션과 명분
일단 제 후배랑 여친 보여줄려고 글을 적고 있는데, 게시판에 적는게 공유하기도 편하고, 개인적으로 저도 적다보나 재밌어서인 것도 있고, 도움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고 한데,,, 글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네용…
아마도 일본애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알고있을 부분일 거 같은데 일본 온지 얼마 안 된 제게는, 특히 정반대로 명시적 표현이 미덕인 미국에서 생활했던 저한텐, 아직도 너무 힘든 부분입니다. 결론만 요악하면, 空気読め 정도의 얘기입니다.
우리 집 근처에서 만나서 놀고 있었는데, 일 끝나고 18시쯤 만나서 밥만 먹고 헤어질 걸 생각했는데, 좀 길어져서 22시쯤 된 시간이었음. 조금 옷을 잘못 챙겨서 넘 추워졌음. 나는 정말 추워서 잠깐 집에 들려서 윗옷만 챙기고 가자고 얘기한 적이 있음.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좀 그래서, 안에 들어와서, 마실 거 한 잔 주고 외투 찾으러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여자가 화장실 쓴다고 하더니, 상당히 오래 들어감. 나중에 안 거지만, 관계를 하게 될 걸 생각해서 자신의 상태나 그런 걸 좀 체크하고 조금 씻고 온거였음.
- 상대방 집에 들어간다란
- 둘만 있는 공간이다
- 상대방이 그런 흐름을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 내가 싫지 않으면 준비해둘 수도 있다. 다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는다
물론 모든 일본 여자가 이렇게 준비하는 건 아닐 테고, 표현을 전혀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보편적인 사회문화와 상식을 공유하는 일본 사람이라면 단 둘의 공간에 들어갈 때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가서야 알았음. 이 때 일본 문화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확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는데, 내가 1을 말하면 상대는 10을 뒤에서 생각하고 있음. 괜히 일본 만화에 착각이나 엇갈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은 게 아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직접적으로 “우리 집 가자”고 하는 것보다 여자 입장에서도 자기가 쉬운 여자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해주는 착한 여자가 되는 셈임. 자신이 관심이 있고 적극적이어도,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구실이나 명분을 확보하는게 상당히 중요함.
명분 = 상대가 거절하거나 받아들여도 체면이 상하지 않는 안전한 프레임
초기 만남 단계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게 불문율에 가까움. 네가 마음에 든다 혹은 별로다. 별로면 그냥 일찍 집에 가서 라인 차단함. 이 장소, 혹은 지금 이 순간이 재미있다/재미없다. 음식이 맛있다/맛없다. 무조건 재밌고 맛있다고 해야 함.
일본 문화에서 남자가 그러던 여자가 그러던 꽤나 금기시되는 행동임. 여자가 내가 마음에 들어도 왠만하면 그렇다고 얘기 안 함. 나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도 절대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됨. 무언가 제안하거나, 자신의 기분을 전달하거나 할 때 직접적인 전달을 피하고, “명분”을 통해서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함.
좋은 명분은:
- 상대가 응해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음
- 상대가 거절해도 내가 불편하지 않음
- 직접적인 압박을 만들지 않음
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방금 전 경우, 집에 외투를 가지러 가자는 명분에서, 실제 의도(위 예시에서는 본의가 아니었지만)는 밤을 함께 같이 보내자라는 뜻이었을 거임. 여성의 거절은 집 앞(문 밖)에서 기다림일 거고, 동의는 자연스럽게 집에 함께 들어옴이었을 거임. 그때 제안한 장소가 집에서 5분 정도 거리의 이자카야였으므로, 상대가 압박을 느끼지 않고 동의할 수 있고, 상대가 거절(문 밖에서 기다림)해도 내가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해지지 않고, 상대가 동의(집 안으로 들어옴)한다고 해도 상대가 성적으로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명분이었다.
이전 글에서, 첫 데이트 제안은 그럴듯한 구실을 만들어서 제안하라는 식으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같은 이유에서임. 어차피 매칭어플이던 어디서든, 그 여자를 알고 싶고 연애하고 싶어서 만나는 거지만… 감정표현을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됨. 내 감정표현도, 여자가 그렇게 말하게 만드는 것도 죄악에 가까운 금기임.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일본에서 직접적으로 Yes or No를 말하는게 사실상 어려운 사회이고, 따라서 대답이 Yes or No로 이어지는 질문 자체도 어느정도 금기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었음.
“다다음주까지 파르페 14시 전까지 가면 30% 할인을 한다” 정도의 사소함으로도 좋다. 내가 보고싶어서 나오는게 아니라, 파르페가 먹고 싶어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게 해 줘야 함. 추가적으로 당신은 바쁜 사람이지만, 저 할인 행사가 다다음주까지니까, 날 보려고 서두르는 것은 아니에요. 어차피, 나 말고 만날 남자는 정말 많을테고, 그 중 나랑 나온다는 건 내가 보고 싶어서겠지만, 적어도 처음 두어번의 데이트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해야 함.
반대로 상대방의 이런 암묵적인 구실과 시그널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함. 왠만하면 (적어도 아이세키나 매칭어플에서 만난 이성의 경우,) 여자가 하고 싶은게 있다고 말을 꺼내는 건 나랑 가자는 뜻임. 예를 들어서, 실제 경험인데, 아이세키에서 만났던 여자가 신오쿠보 가보고 싶은데 혼자선 무서운데 한국음식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서 갈 사람이 없다고 한 적이 있었음. 저는… 상대가 사는 곳인 긴시쵸 근처에 혼자서도 갈만한 한국 음식점을 알려줬음. 당연하지만 긴시쵸에도 한국음식점이 엄청 많고, 상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임. 애초에 한국 음식 좋아하는 친구가 없을 확률 자체가 0에 가깝고, 그 감정을 굳이 나한테 꺼낸다는 얘기도 나랑 가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큰 문제가 없음. “네가 한국인인 거까지 감안해서 이정도 판 깔아줬는데 네가 나랑 가자고 말 안하고 배기냐” 정도의 눈빛으로 당신을 보고 있을 거임.
아마도 정답까진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대답으로는, 사소한 구실을 넣어서 같이 가는게 서로한테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일 거 같음. 예를 들어서, “저도 스킨케어 사려고 했어서 신오쿠보 가려고 했는데, 누가 같이 골라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시간 맞으면 같이 가실래요? 같이 봐주신다면 식사는 제가 보답할게요” 정도 아닐까. 실제로 내가 화장품을 꼭 신오쿠보에서 사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상대가 “나랑 가자”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되고, 나도 “너를 보고 싶어서 가자”고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이유가 생기면, 밥만 먹고 해산하는 약속보다 훨씬 편하게 시간이 늘어난다.
- 상대가 너랑 가자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되서 상대방 체면을 살림.
- 너도 원래 갈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노골적인 제안이 아니게 됨.
- 밥만 먹고 끝나는 약속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산책/쇼핑으로 확장됨.
일본에서 이성관계에서 慣れてる 사람들은, 첫번째로는 모임의 장소에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잘 살리는 사람을 뜻하고, 두번째로는 이런 비언어적 신호를 자연스럽게 잘 캐치하고 잘 사용해서, 여자를 편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매칭어플을 사용한 연애에서 굳이 잘 할 필요가 없는 거지만, 두번째는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ㅇㅅㅇ.
마치며
상대가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조금씩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면, 그건 관계가 한 단계 넘어갔다는 신호로 봐도 좋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명분과 우회적인 표현이 많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았다”, “또 가고 싶다”, “보고 싶다”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단순한 초기 만남이 아니라, 조금 더 진정성 있게 관계를 봐도 되는 단계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쉬운데, 저도 아직 일본 생활이 일천하여… 매번 띠요옹,,, 에엥,,, 그런 뜻이었다고? 우웅,,, 하는 부분이 엄청 많고 엄청나게 헷갈리는 부분이라서, 읽는 분들의 의견이 무척 매우 궁금한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