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데이팅 느낀점: 마지막
매칭어플/아이세키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케이스의 20대 여성을 가정함. 물론 사람의 성격은 분산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이 이런 성격이 아닐수도 있고, 뭐 그럼 어쩔 수 없고…
통계
나는 예전에 롤을 열심히 했었는데, 백날천날 해도 아이언이었음. 어디선가 뭔 유튜브를 보고 시작한 건데, 매 판 리플레이를 보고, 잘한 점, 못한 점을 간단히 노션에 적고, 내가 기록한 내용이 다음 게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식으로 두 달 정도 하니까 플래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그 때 느낀 경험으로는, 대부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잘 못한다(수영, 게임, 여기서는 연애)면, 의식적으로 투자하고 연습하는 노력을 하면 다른 사람만큼, 혹은 재능이 없어도 어느 정도 괜찮게 할 수 있는 영역까지는 오른다고 생각하게 됨.
그래서, 일본에 와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 노션에 만난 장소나, 어디에서 알게 됬나, 이런걸 두번째 데이트까지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사이가 되거나, 내쪽이나 상대쪽에서 관계를 끝내거나 할 때까지) 꽤나 상세히 적어놔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교적 모수를 크게 쌓아서…… 어느정도 신뢰할 만한 표본을 얻지 않았나 함. 그래서 이전 글에,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건 낭만이 없는 것 같다고 적은 것도 있는데, 아무튼 그럼. 내 쪽이 가벼웠던 적도 있고, 상대방이 가벼웠던 적도 있고, 내가 멘헤라거나, 상대가 멘헤라였거나, 아무튼 이러쿵저러쿵 해서 60명 정도의 사람을 5개월 정도 기간 동안 만남.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한테 안 통할 거 같지만 저한텐 엄청 중요한 팁
(1)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편하게 만들고 (2) 이성적인 텐션을 만들면서도, (3)처음 만나선 절대 건드리면 안됨
(1)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편하게 만들기
얼마 전에 호스트바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외모만 보면 음… 싶은 사람이 많았음. 잘생긴 사람도 간혹 있긴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호스트보다 아이세키나 클럽 VIP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애들이 훨씬 스타일 좋고 잘생겼음.
그런데 호스트들이 진짜 잘하는 건 외모가 아니라 대화 운영이었음. 상대를 엄청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서, 무슨 대화 주제든 부담 없이 던질 수 있게 만들고, 결국 상대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만듦. 그러면서 대화 텐션을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성적인 호감이 나올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굉장히 능숙했음.
이건 약간 접대 같은 대화인데, 돈을 쓰고 비위를 맞추라는 뜻은 아님. 상대방이 굳이 불편함을 말하거나, 거절하거나, 뭘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게끔, 남자 쪽이 자연스럽게 분위기와 동선을 정리하는 것에 가까움. 예약, 이동, 다음 장소, 주문, 계산, 어색한 침묵, 대화 주제 같은 작은 것들을 상대가 신경 쓰기 전에 부드럽게 처리해주면, 일본에서는 그게 단순한 잡노동이 아니라 頼りになる / 気が利く / 一緒にいて楽 같은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 같았음. 특히 보통 일남들이 이런 걸 생각보다 잘 못해서, 이것만 해도 꽤 큰 호감 요소가 되는 것 같음.
생각해보면, 불편한 자리에서는 상대가 멋있어 보이거나 이성적인 텐션을 갖기 어려운 것 같음. 나는 상대가 정말 예쁘면 자리가 좀 불편해도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끌릴 것 같은데, 여자들은 꼭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음.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여성 쪽은 외모 자체보다 “이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내가 편한가” 등에 훨씬 크게 반응하는 것 같았음. (물론 제가 상위권 와꾸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음)
(2) 이성적인 텐션을 만들기 그다음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편안한 분위기를 자신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상대방이 나를 이성적 호감을 느끼게 만들기임. 정확히 어케 하는게 좋다는,,,, 유튜브나 어디던 관련 정보 많으니 찾아보길 바람.
예를 들어 본인의 강점이 신체적 매력이라면, 편안한 분위기에서는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거나, 카운터석에서 어깨가 살짝 닿는다거나 하는 작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생김. 억지로 스킨십을 하려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편해지면 서로의 거리감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느낌에 가까움.
반대로 분위기가 불편하면 같은 침묵도 전혀 다르게 읽힘.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용하면 落ち着いて心地いい가 되지만, 불편한 분위기에서 조용하면 그냥 気まずい임. 같은 말도 마찬가지임. 서로 어색한 상태에서 “저는 가정적이고 2~3년 안에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갑자기 무거운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미 대화가 자연스럽고 편한 상태에서는 “아, 이 사람은 나를 진지하게 만나려고 하는구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라는 건 자연스러운 나를 제대로 드러냈을 때, 상대가 그런 나를 진지하게 봐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얘기임.
(3) 절대 건드리면 안댐. 일본 사람들이 성적인 측면에서 꽤 개방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음. 적어도 자만추가 아니라, 어플이나 요코쵸 같은 곳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날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위기가 맞으면 원나잇 정도는 “뭐, 즐거웠으면 됐지” 하고 넘길 수 있는 경우가 많았음.
다만 문제는, 성적으로 개방적인 것과 연애감정으로 발전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라는 점임.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음. “나는 원나잇 자체는 괜찮은데, 원나잇을 쉽게 하는 사람은 나 말고도 다른 여자한테도 이럴 테니까, 사귀기는 싫다.”
이게 초반 데이트에서 꽤 중요한 함정이었음.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성적인 텐션이 있는 상태에서 카라오케나 시샤 같은 곳에 가면 키스 이상의 스킨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음.
그런데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면 망함. 진짜 망함. 상대가 그 순간에는 거부하지 않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실제로 즐거웠다고 해도, 다음날이 되면 거의 대부분 그냥 차단당함. ムラムラしたらやっちゃう 정도로 하루 즐기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그 다음날 遊び人ブロック乙이 되는 것도 정말 쉬웠음.
만약 목적이 遊び人 할 거라면, 이런 문화가 오히려 편할 수도 있음. 하지만 진지하게 연애할 생각이라면, 처음 만난 날이나 초반 데이트에서는 선을 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고 느꼈음. 이성적인 텐션은 만들되, 행동으로 바로 옮기지는 않는 것. 상대가 “이 사람은 나한테 남자로 관심이 있지만, 급하거나 아무나랑 자볼려는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인상을 주고, 운이 좋다면 “그 때 아쉬우니까 한 번 더 보고싶다”는 인상까지 주면 아주 좋음.
한국인으로서 첫인상의 차이
일단 매칭어플에서는, 내가 한국인이어도 괜찮다 하는 사람이 애초에 매칭으로 걸리기 때문에, 매칭 단계에서 정말 큰!불편함은 없는 거 같음. 내 나이가 곧 31살이 되는데, 나는 20대 초반부터 30살 전후의 사람까지 매칭되는 빈도가 거의 비슷함. 동갑인 다른 일본인 친구는 동세대(26-33)까지 정도가 가장 매칭되는 빈도가 가장 높음. 추측으로는 나이가 올라갈수록 진지한 연애, 혹은 결혼의사가 커지고, 그 점에서 외국인이 좀 더 기피되기 때문에 내가 동년배로부터 매칭이 더 적게 되는 거 아닐까 함.
아이세키같은 곳에 나가면 한국인인 점이 매력으로 작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좀 크게 갈림. 한국인이라는 점은 무조건적인 장점이라기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필터에 가깝다고 느꼈음. 나는 정말 한남처럼 생겨서, 아이세키에서 합석하고 아무 말 안 해도 “혹시 한국인이신가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라… 아무튼, 그 경우, 내가 한국인인 거 알아보고, 저 한국 아이돌 좋아해요! 정도로 얘기를 먼저 꺼내는 사람은 그 이후로 정말 쉬워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거의 나를 연애대상 자체로 고려하지 않는 거 같음. 물론, 이런 사람도 시간을 들여서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친해지고 가까워지면 다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매칭어플이던 뭐던 데이팅의 장소에 나와 있는 사람에겐 경쟁자가 굉장히 많고, 나도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투자는 의미 없다고 판단함. 천년의 이상형이라면 모를까. 따라서, 내가 한국인인 점이 약간의 마이너스 정도가 아니라, NG요소인 거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애초에 매칭어플에선 매칭이 안 될 거고, 그 이외의 장소라면 빠르게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함.
한국 이야기는 대화의 시작, 약속의 구실 정도로만 삼는 게 가장 좋음. 예를들면, 나는 (남자도 여자도…, 한국 아이돌도 일본 아이돌도…) 아이돌을 좀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얘기를 꺼내는 사람에게 어느정도 맞춰 보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모르는 척도 좀 해보기도 했는데, 가장 좋았던 건 대화의 시작 구실로는 어느정도 삼되, 빠르게 그 얘기를 멈추고, 서로의 가치관과 감정에 관한 얘기로 넘어가는게 나았던 거 같음. 여자 입장에선 目黒くんカッコいい!라는 얘기를 같이 할 사람은, 빠르게 친해질 수는 있어도, 연인이 되기는 어려운 거 같음 (사실 그건 나라도 그럴 거 같아서)
성격과 연락
아마 나는 보통의 일본 사람보다 30배 정도는 직설적인 편인데, 이 직설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보통의 일본 사람에게는)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선 부담스러울 사람으로 보이게 됨.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이전 글에서 굳이 처음 한두번 데이트에서 구실을 만들어서 권유했던 이유는, 그냥 내가 만나자고 한다면 내 표현 방식이 좀 부담스러운 편이라,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조금 있음.
연락
가까워지기 전엔 상대 연락 빈도에 맞추고, 가까워진 이후에는 “나는 한국 사람이라 한국 문화에선 이런 편인데, 부담 주려는 건 아니고 네가 네 페이스대로 나랑 즐겁게 있어주는게 가장 기뻐~”정도로 말을 하면, 늦던 빠르던 그 사람도 나랑 어느 정도 템포가 맞춰지게 됨. 아마, 근데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텐데, 초반엔 부담이고, 나중가면 배려가 되는 거 같음. 중요한건,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