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1
여성운동을 볼 때마다 내가 가장 신기하게 느끼는 점은, 여성끼리 그렇게 동질감을 느낄 여지가 있냐는 점이다. 나는 다른 남성들에게 그다지 동질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나는 나와 사회적 계층이 다른 남성들에게 그다지 동질감을 느끼지 못 한다. 이건 여성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내 생각에 나는 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프로그래머로 일 하고 있는 여성과 닮았을 것 같다. 돈 많은 남자보단 가난한 여자가 나랑 더 가까운 것 같다. 국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러시아에 사는 하츠네미쿠 음악을 자주 듣는 안톤(43세, 프로그래머) 씨가, 내 옆 집 사는 나랑 동갑인 김창우(가상인물)씨보다 높은 확률로 나랑 더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국적이나 성별은 동질성을 나타내기에 너무 포괄적인 것 같다. 성별이나, 국적이나 그런 그룹이 그룹 내의 인원들에게 동질감을 주지 못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거기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잡생각 2
자본소득은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서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 돈이 많으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정보의 격차는 없다고 가정하자.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했을 때 기대되는 수익율/리스크은 비슷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세금, 회계, 각종 자잘한 비용은 투자액과 상관 없이 고정이며, 투자액이 클 수록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편하다. 스케일이 더 커져버리면, 대마불사 논리로 살아남을 수도 있다. 이런 걸 나 빼고 다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아마도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 그냥 겉치레 하지 말고 교과서에도 적는게 좋겠다. 소득으로 남들보다 많이 벌긴 힘든데요, 운 좋게 그렇게 됬어도, 상속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남들한테 하면, “그래도 열심히 모아서 자식은 같은 삶을 안 살게 해 주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내 자식 뿐 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불우한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잡생각 3
진짜 능력주의나 자유주의는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달성할 수 없다. 부의 형평성이 완전히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외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쉽게 살 것이며, 끈기있고 지능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 성취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도덕적, 혹은 품위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존경을 받고,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던 간에(인종, 성별, 부, 외모, 범죄 여부, 온갖 사회적 특성 등) 최소한의 존중을 받는 것은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