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관한 생각
알량한 지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생기니 벌어진 일
오랜 시간동안 독서를 하지 않았다. 공부도 요즘 게을리 한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진 지식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되어서인 것 같다. 논문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적당한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었고, 대충 레퍼런스 문서 찾아보면 내게 필요한 정도의 프로그래밍은 대강 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인 것 같다.
오랫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을 하지 않았더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을 까먹어버린 것 같다. 계속 할 줄 아는 대로, 편한 대로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무언가를 찾아볼 때, 정말 중요한 것들은 어딘가 책에 쓰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블로그나 유투브 글부터 찾게 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 상태를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 것만 같다.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지루함은 굉장히 보편적인 감정이며, 어느 정도의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실이 공부와 배움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까먹기 전에 적어두고 싶었다.
지루함에 관해
많은 일은 사실 대부분 지루하다. 새로운 논문을 읽으려면 최소한 몇시간, 길면 며칠을 열 페이지 내외의 종이쪼가리와 열심히 씨름해야 한다.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영화에는 지루한 순간이 존재한다. 내게 가치있는 것들은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읽은 책에서 이런 내용도 있었다.
The lives of most great men have not been exciting except at a few great moments. (…) Kant is said never to have been more than ten miles from Konigsberg in all his life. (…) Marx, after stirring up a few revolutions, decided to spend the remainder of his quiet life in the British Museum. Altogether it will be found that a quiet life is characteristic of great men and that their pleasures have not been of the sort that would look exciting to the outward eye. No great achievement is possible without persistent work, so absorbing and so difficult that little energy is left over for the more strenuous kinds of amusement, (…) 많은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몇몇 순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칸트는 자기가 살고 있던 쾨니히스베르크 10마일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었다. 마르크스는, 몇번의 선동을 마치고 영국대박물관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전체적으로는, 이런 삶이 위대한 사람들의 특징이며 그들이 그들의 삶을 바친 즐거움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즐거워보이지 않을 일들이었을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훌륭한 성취는 없고, 그러한 노력은 깊은 몰입과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위대한 사람들은 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설 에너지가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암튼, 훌륭한 일은 지루함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최근 경험했던 가장 힘든 지루함은 논문 쓰기였다. 한 문장을 쓰는 순간에도 몇 번씩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한 문장을 썼다가, 지우고, 이런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물론 더럽게 재미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가치있다. 물론 연구실을 나가는 바람에 2저자가 되었지만…십.. 예를 한가지만 들었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은 지루한 만큼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치있는 일은, 지루한 순간을 (더럽게 많이) 포함하고 있다.
무언가를 배우는 일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지루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시간 버스 출퇴근의 지루함도 견디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굳이 지루한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 좋은 일을 해 보려고 하면 많은 좆같음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선수가 열심히 연습을 하는 거나, 프로그래머가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공부하고 튜토리얼을 하나 둘 씩 직접 따라해보는 일이라던가…
하기만 많이 한다고 좋은 선수/프로그래머/혹은 무언가가 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의식적인 연습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게 엔지니어인 내게는 의식적인 공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는진 yourself 베리 잘 아시고 계시겠지데스..
여담
블로그를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은 다 아스퍼거 같다고 친구가 그랬는데… 암튼 지속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건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좀 공부를 많이 해야 쓸 게 많을 것 같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