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테마파크에서의 마지막을 보내며 문득.
입장료는 고등학교 시절의 노력.
어렸을 때 간 에버랜드에서 키가 작아 몇몇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던 것처럼, 키가 크지 않거나, 외모가 괜찮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어트랙션도 있었다.
“실제로 보니까 타기 좀 무섭네.” “줄이 너무 기니까 좀 다른 걸 타야지. 굳이 저걸 꼭 탈 필요는 없으니깐.”
즐거우려고 간 놀이공원에서도, 정말 즐거운 놀이기구는 타기 줄이 길던가, 이용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던가, 키가 크지 않아서 이용할 수 없다던가 하는 이유로 무척 어려웠으므로 가장 즐기기 쉬운 디시인사이드를 열심히. 남들이 줄을 서있는 곳은 이곳저곳 들려봤다가, 힘들어 보이는 것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만 취사선택했다.
“사람 만나는 것은 무서워. 거절당하는 것도,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일도.” “나는 성공할 필요 없어.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이런 생각들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즈음에는, 슬슬, 이 테마파크에 더 있을 수 없게 되어간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었다. 온종일 손님이 별로 없지만, 딱히 엄청 재미있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롤러코스터만을 타다가도, 티익스프레스같은 걸 한번쯤 타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처럼. 당장 하기 쉬운 일들만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낭비했다가도, 이렇게 흐르는 시간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이만 쳐먹어간다는 무서운 사실, 아직, 학생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무언가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런 생각들은, 이내 어트랙션 앞에 가득 늘어선 줄을 보고 포기했다.
문득 마지막에 드는 후회도. 도피와 포기와 실패만으로 내 대학생활의 99\% 이상을 형용할 수 있었다. 단조로운 삶을 계속 동경했지만, 평온과 조화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삶을 동경했지 포기와 도피만으로 이뤄진 단조로움은,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여담
Free plan에선 private이면 블로그를 쓸 수 없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