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하는 것들

나심 탈렙의 생각에서.

나심 탈렙의 책을 두 권 읽었다. Skin in the game, Fooled by randomnes 두권. 왜 논문 마감만 앞에 두면 딴짓이 참 재미있어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삶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일에 치이는 것이 정답일 지도 모르겠다. 일에서의 피로를 보충하기 위해, 취미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다.

글의 절반 정도는, 내가 평상시 하던 생각과 비슷한 생각들이 정교한 확률론적 접근과 경험으로 backup되고 있었다.그래서 나머지 절반은, 내가 앞으로 하게 되거나, 다른 업계에 존재했다면 하게 될 생각이라고 믿기로 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 차치하자. 저자가 말한 대로, 저자의 생각이 내 안에서 Distilled되기 전까지는, 그 생각을 내 가슴으로 신뢰하지 않을 거니까.

내가 타인에게 느끼는 호감과 비호감의 원인

내가 본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을 얻은 것. 일단, 내가 본질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므로, 밑에서 얘기하는 모든 요소는 내 성격 중 일부이며,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기준으로만 호불호를 판단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

공부를 하며 점점 더 확실해지는 것은, 어떤 공부를 하던 뭔가 열심히 한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에 도달하는 것 같다. 내 경험상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 분야의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스토아 철학자가 되어버린다. 암튼, 탈렙의 Skin in the game이라는 표현은 코드 짜는 사람들에겐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통용된다.

Talk is cheap. Show me your code Linus Torvalds

이게 싫은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이는 능력의 부재를 암시할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오히려 조용한 경우가 많다. 정말 슬픈 일이지만, 반례나 단점을 떠올릴 지능도 갖추지 못한 사람의 말솜씨가 가장 우수한 경우가 많은 경우를 짧은 삶에서 상당히 많이 목격했다. 그 대부분은 내가 그런 입만 산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주장의 신뢰도와 주장은 연관성이 낮은 듯 하다.

두번째로는, 진지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동반한 청혼, 그리고 말만의 청혼. 둘 중 어떤 것이 더 헌신적일까. Game에 끼지 않으면, 진지해질 수 없다. 토토에 돈을 좀 걸고 스포츠 경기를 보는 사람과, 그냥 스포츠경기를 보는 사람은 심박수부터 다를 것이다.

심장이 뛰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 심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약간은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간적이라는 평을 자주 듣는, 일부 사람에게 느껴지던 혐오감은, 그 사람의 인간미를 저런 심장의 박동의 형태로 느껴 본 적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내게는 하는 말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싫었지만, 왠지 알게 모르게 존경심을 갖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다. 그의 주장은 상당히 배타적이며, 편협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옳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미국인도 아니고, 경제나 외교를 배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말한 것을 실천해온 사람라는 것은 안다. 자신의 삶 전부를 건 투자도 해 본 사람이고, 그는 자신의 정책을 말할 때, 심장이 강하게 뛰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이런 사람을 나는 어떤 점에서는,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간적인 정책을 말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 다만, 그는 자신의 말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긴 적도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의 심장은, 그가 강연에서 관중의 집중을 받는 순간이 아니라, 강연비가 통장에 입금되는 것을 확인한 순간일 것이다. 이런 자를 나는, 진심으로 혐오하게 된다.

문제는, 내 호감은 그가 옳은 말을 하는지 아닌지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1930년대의 베를린 거리를 쏘다니는 사람이었다면, 히틀러에게 이런 존경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두 가지 점을 신경쓰자는 거다. 첫번째로는, 내 심장을 뛰게 하려면, 그 사람의 심장도 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서) 계량하기 힘든 외적 요인을 무시하는 사람

여기서 말하는 성공과 실패는, 개인이 주로 자기 자신을 판단할 때를 말한다. 성공한 자나, 실패한 자나 나름대로 동굴의 우상에 빠져 있다.

남에게 얘기하지 않는 내 인생에서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명제는, 본질적으로 100% 노력만으로 얻는 결과는 없다.이다. 물론 노력과 성과는 인과관계가 크다고 믿는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내 자신에게 매번 경고해주고 싶다. 노력과 성과는 100%의 인과성이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데, 노력과 성과는 관계가 크고, 그 관계는 매우 큰 편이라고 믿는다. 다만, 하고자 하는 얘기는 실패한 자신에 대해, 너무 자학하지 말자는 거다.

이 사실은 정말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일이기에 탈렙의 책에서는 생략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사고 실험인데, 본질적으로는 나심 탈렙의 책의 주장과 같다.

가상의 의사 김정훈씨를 생각해 보자. 6년간의 의대 생활을 거쳐서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해서, 5년간의 지독한 수련 과정 뒤에 피부과 의사가 되어서, 연 1억 4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의사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6천이다.http://www.mohw.go.kr/react/jb/sjb030301vw.jsp?PAR_MENU_ID=03&MENU_ID=032901&page=1&CONT_SEQ=352714)

이 사람의 연봉중 어느 정도가 노력이 차지했을까? 90%? 80%? 이런 사람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상의 의사 Lin Zhao씨가 있다고 하자. 우연히도, 김정훈씨와 거의 모든 지적 능력, 외모, 가정 환경, 의대에서의 노력,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같다고 하자. 단 다른 것은, Lin씨는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다. Zhao 씨의 연봉은 약 100,000위안(약 1700만원)이다 (2018년 기준으로, 중국의 의사 평균 임금보다 약 10%가량 높다.) 의사에 별 다른 감정은 없고, 중국에서는 의사의 임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든 예이다. 의사가 되려면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하고, 나보다도, 그리고 의사가 아닌 사람의 상당수보다는 성실하고, 더 머리도 좋았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비슷한 반례도 많이 존재한다. 스위스에서 버스기사가 되면, 김정훈씨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보다 적은 시간으로 김정훈씨와 비슷한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Zhao 씨의 평생 기대수익을 5년만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금전적 요소에서, 노력이 차지한 비율은 다음과 같이 분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받는다. $s$가 금전으로 측정된 성공이고, $\Omega$는 확률공간.

\[\frac{s-\int_\Omega p[s]sds}{s}\]

다만, 저 적분도 계산할 수가 없고, 심지어 $\Omega$는 개인의 믿음에 따라 달라지니 다른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단순한 잣대로 판단하지 말자. 그 사람의 매력에서 판단하자. 그 매력은, 언행이 일치하는 거라던가, 성실하게 노력하는 점이라던가,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안다던가,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낸다던가 하는 일들. 즉, $\Omega$ 자체에 robust한 성질로 사람을 판단하자.

이것도 요약하자면. (1) 저 모든 매력을 갖추고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이고, (2)저 모든 매력을 갖추고 이뤄낸 성공이, 저런 매력의 일할도 갖추지 못한 자의 우연보다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류의 99% 정도는 중동 재벌의 애완동물보다 못한 복리후생을 누리며 살며, 새로 태어나는 인류의 50% 정도는 한국의 평범한 가정집의 강아지보다 더 적은 소비를 하며 산다. 이런 내 생각은 부자인 사람에 대한 질투의 발현일 지도 모른다. 사실, 이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타인의 인생을 판단하는 척도가 자산인 사람이라던가 하는 사람들. Fortuna의 보살핌을 Minerva의 보살핌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은 두 여신에게 모두 사랑받았다고 믿는다.)

나가며

사실 탈렙의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얻은 도구는 두 가지이다.

  1. 같은 정보를 접해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얻어간다. Unique한 사람이 되기는 생각보다 쉽다.
  2. 세상 일의 대부분은, 해석할 수 없는 노이즈다. 굳이 해석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해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 접하지 않는 것이 그 다음으로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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